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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알려지지않은 임시정부 이야기 1. 「그리운 애국자像」
글쓴이 관리자
날 짜
05-06-16 14:51
조회(8022)



그리운 애국자像


나는 남보다 일찍 해외엘 나갔다.
1919년, 즉 열일곱살 되던 해에 단신으로 북경엘 갔다.
망명을 겸한 유학이 목적이었다.

그때 북경에선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사였던 徐日甫선생이 내 후견인으로 나를 감독했다. 그 문하에 함께 있던 사람은 공군참모총장 故崔用德군.
그는 당시 육군 소위로 이미 임관됐고 나는 겨우 육군유년학당에 입학할 길을 트려고 徐선생에게 예비훈련을 개인적으로 받고 있었다. 그러나 원래 무관되기를 싫어하는 나는 거기서 밤을 타가지고 상해로 도망질을 쳤다.

그것이 그해 6월달, 기미운동의 만세 물결을 타고 임시정부가 세워졌던 첫해였다. 국내외로부턴 망명지사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광복이다 독립이다 하고 외치면서「이동된 조국」으로 몰려왔다. 모두가 일사보국의 정신으로 불탔던 일대비밀서클이 임정 아니던가.

그러한 애국지사들 속에서 내가 처음 만나 뵌 분이 유명한 「한국통사」와 「독립운동지혈사」를 낸 白巖 朴殷植선생이었다. 이분이 뒷날엔 2대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지만 李承晩박사처럼 생활이 윤택하질 못했다. 윤택하지 못했다는 말은 그분께 도리어 실례다.
1元 안팎의 회색 중국두루마기에 몇角 짜리의 호신을 신은 촌노차림으로 만족했던 그분을 李博士같이 팔자 좋은 망명객과 견준다면 지하의 백암선생도 노하실 것이다.

그것은 하필 그분 뿐만이 빈곤했던 것이 아니었으나, 원래 청빈한 학자인 선생, 안빈낙도하면서 구국일념에 몰두하던 사학자요 노대혁명 투사인 백암선생의 망명생활 특히 보는 사람의 눈물을 자아낼 정도로 처량했다. 그리고 그러한 빈한과 고난의 망명생활속에서도 오직 구국지성으로 저술한 것이 앞서 말한 두 가지의 항일명저다.

그때 나는 선생의 측근에서 틈틈이 그 책들을 집필하는데 시중을 들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잘 안다. 선생은 술을 남달리 좋아했다. 모든 망국의 한을 취기로 잠시나마 풀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술병은 밤낮으로 책상머리서 떠나질 않았다. 술이랬자 기껏 배갈, 안주랬자 고작 땅콩이나 센차이(소금에 절인 배추 쪼가리) 뿐이었다. 값이래야 모두 1角남짓. 술은 사이다병 하나로 1角이면 샀다. 그리고 술사러 다니는 심부름은 그분의 아드님 始昌군과 내가 번갈아 했다.

그밖에도 李始榮, 金九, 李東寧, 金嘉鎭, 盧伯麟, 金奎植 박사 등 여러분도 모두 생활이 말 아니었다. 서로 주머니를 털어 하루하루 延命하는 것이었다. 국내서 비밀 루트를 통해 보내온 친척과 동지들의 도움, 그렇지 않으면 중국인 혁명가들의 약간의 도움들로 그날그날을 꾸려나갔다.

여기서 꼭 한가지 남길 말이 있다. 언젠가 재미교포들이 거둬 보낸 수천 달러의 독립운동 헌금이 임시정부 금고로 들어가질 않고 그 돈을 받아가지고 온 某名士의 주머니 속에서 사장, 어떻게 써버렸는지 한때 크게 말썽됐던 사실이다. 그 이름은 여기에 감추지만 독립운동사에 큰 오점만은 외면할 수 없다.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은 청백과 염결이 신조요 생명임은 애국의 첫째 조건이지만, 그 모명사씨는 해방 후 그가 현달했을 때에도 탐욕의 오명을 끝끝내 남기고 말았다.
돈, 돈 ―― 돈에 욕심부리는 사람치고 진정한 애국자가 세계 어느 나라에 있는가를 묻고 싶다. 그러나 그 모씨 같은 경우는 애국심을 욕되게 한 가장 변질적인 행위여서 뒷날 역사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그 과거를 모르고 그가 죽은 뒤까지 이 나라의 유일무이한 애국자처럼 추앙하고 있다.

국민의 총명이 이다지도 흐려질 수 있을까.
우리는 돈에 츱츱하지 않은 애국자가 오늘처럼 절실한 때는 없다.
반세기 전의 망명지사들이 언제라 돈에 때 묻은 적이 있었던가.
그러기에 자기의 낭탁을 위해서 금욕에 치사스럽고 물욕에 던적스럽지 않은 애국자상이 새삼 그리워진다.



《나절로 만필》 (우승규, 탐구당, 1978)에서 발췌. 삽화 : 이은홍
reelquiz
16-05-11 11:33
ㅋㅋ 넘 재미 있어여.

reelquiz
16-05-11 11:33
아런 에피소드 많이 올려 주세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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